시장 통제 실패와 전세 대란: 2020년 한국 부동산, '임대차 3법'과 '공시가격 현실화' 격랑 속으로
이번 글에서는 2020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이슈인 '임대차 3법 시행과 전세 대란',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강화 현실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그리고 '규제를 이긴 유동성의 힘'을 중심으로, 당시 시장의 격랑과 정책의 딜레마를 알아보겠습니다.
1. 상반기: 코로나19와 유동성 장세의 충돌
2020년 상반기는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위기에 대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이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1.1. 초저금리의 극대화와 유동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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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까지 인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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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 유입: 역사적인 수준의 초저금리는 시중의 부동 자금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투자처를 찾아 헤매던 유동성은 주식 시장으로 몰리는 동시에,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서울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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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심리 재점화: 2019년 하반기 12.16 대책으로 잠시 위축되었던 서울 집값은 유동성의 힘으로 다시 상승세를 재개했습니다.
1.2. 6.17 대책: 규제의 재정비
정부는 유동성으로 다시 불붙은 시장을 잡기 위해 2020년 6월 17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6.17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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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지역 확대: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을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지방 일부 지역까지 대폭 확대하여 규제의 촘촘함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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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강화: 법인의 주택 구매 시 대출을 제한하고,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후 주택을 매입할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즉시 회수하는 등 대출 문턱을 더욱 높였습니다.
2. 하반기 대격변: 임대차 3법과 전세 시장의 붕괴
2020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7월 말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의 시행이었습니다. 이는 전세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역대급 전세 대란을 초래했습니다.
2.1. 임대차 3법의 내용과 충격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를 말합니다. 특히, 앞의 두 법안이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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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2+2):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 만료 후 1회에 한해 추가 2년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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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상한제 (5%): 계약을 갱신할 경우 임대료 인상 폭을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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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집주인들은 4년 치 상승분을 미리 반영하여 신규 계약 전세금을 대폭 인상했습니다. 반면, 갱신권을 사용한 기존 세입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눌러앉으면서, 시장에는 '저렴한 전세'가 실종되고 '신규 전세' 가격만 폭등하는 극심한 양극화와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2.2. 역대급 전세 대란의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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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가격 폭등: 2020년 하반기,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의 폭등세를 기록했습니다. 수억 원씩 오른 전세금은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극도로 심화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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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바잉' 심화: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더 이상 전세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영끌) 매매 시장에 뛰어드는 '패닉 바잉(Panic Buying)' 현상이 심화되어, 결과적으로 매매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3. 규제 압박의 극대화: 세금 폭탄의 현실화
2020년은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가했던 세제 규제 압박이 현실화되고 더욱 극단적으로 강화된 해였습니다.
3.1. 7.10 대책: 양도세/종부세 규제 극단화
정부는 7월 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7.10 대책)'을 발표하며 세금 규제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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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최고세율 인상: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6.0%까지 인상하고, *세 부담 상한도 300%*로 유지하여 보유세 압박을 극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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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 추가 인상: 2018년 시행된 양도세 중과 세율을 2주택자는 20%p, 3주택 이상자는 30%p로 각각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양도세 최고세율을 70%대까지 끌어올리는 징벌적 과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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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중과: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8%~12%까지 대폭 인상하여,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3.2.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추진 (장기 로드맵)
정부는 보유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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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율 목표 설정: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90%까지 연차적으로 상향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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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이는 집값이 오르든 오르지 않든 매년 공시가격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증가할 것임을 예고한 것입니다.
4. 2020년이 남긴 구조적 유산: 통제 불능 시장
2020년은 정부가 전방위적인 규제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려 했으나, 오히려 정책의 부작용이 시장을 통제 불능의 영역으로 몰아넣었음을 보여준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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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의 동반 폭등: 임대차 3법은 전세 시장의 매물을 증발시켜 전세금을 폭등시켰고, 이로 인해 절박해진 세입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매매 시장까지 함께 폭등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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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의 승리: 아무리 대출을 막고 세금을 올려도, 초저금리 환경에서 넘쳐나는 유동성과 '돈의 힘'은 규제를 뚫고 서울 핵심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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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불평등의 심화: 집을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 간의 자산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으며, '영끌족'이라는 새로운 계층이 탄생할 정도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절박감이 사회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2020년은 정부가 투기 억제라는 목표 아래 가장 강력한 수단(임대차 3법, 세금 폭탄)을 동원했지만, 정책의 부작용이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공급 부족, 유동성)와 결합하여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며 역사적인 대혼란과 폭등세를 겪은 해였습니다.


